Haemaru Kim
기업 대표의 뇌물 공여

며칠 전, 기업 대표의 뇌물 등 사건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같은 날 선고된 3개 판결 중 하나를 살펴보자.
설시 내용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1. 전문증거와 본래증거의 구별
2.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과 신분
3. ‘수수’의 의미
4. ‘부정청탁’의 의미
1. 전문증거와 본래증거의 구별
전문증거는 쉽게 말해 전달된 증거다. 전달된 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다. 이것을 법률용어로는 “전문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hearsay is no evidence).”고 표현하고, 이 법칙을 “전문법칙(hearsay rule)”이라 부른다. 참고로, 여기서 “전문”은 굴러다닌다는 뜻의 전(轉)과 듣는다는 뜻의 문(聞)이 결합한 단어다.
예를 들어, 살인 현장 목격자가 판사 앞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증언을 해야만 그 진술을 살인의 증거로 쓸 수 있다.
(i) 만약 목격자가 아니라 목격자의 친구가 판사 앞에서 증언하면? 이것은 전달된 증거, 즉 전문증거(전문진술)이므로,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
(ii) 만약 목격자가 판사 앞에서 증언하지 않고 서류에 써서 낸다면? 이것도 전달된 증거, 즉 전문증거(전문서류)이므로,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몇 가지 예외조항들임]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전문증거 아닌 증거를 본래증거라 한다. 쉽게 말해, 전문증거의 반대말이다(많이들 실수하는데, 직접증거 아니다! 간접증거의 반대말이 직접증거고, 전문증거의 반대말이 본래증거다. TIP: 조언을 받고 싶은 선배의 법학 실력이 궁금하면, 전문증거의 반대말이 무엇이냐고 한 번 물어볼 것)
수험과 실무 모두에서, 전문증거와 본래증거를 서로 구별하는 문제가 많이 나온다. 이렇게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전문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그리고 증거가 없으면? 무죄(형사소송법 제307조 제1항).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구별하는 방법은 다음 사진들을 참고하라.



이번 판결은 앞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법리를 설시했다. 이른바 leading case로, 수험적으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과 진술 중 대통령이 개별 면담자와 단독 면담 후 단독 면담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불러주었다는 부분은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로서는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원칙적으로] 위 업무수첩 등을 단독 면담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2.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과 신분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공동정범 법리와 신분범 법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가. 공동정범 법리
여러 사람 모두가 주도적으로 함께 범죄를 저지르면 각자 공동정범이라 부른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
범죄에 관련한 사람이 여럿이라 해서 그 모두가 공동정범인가? 그렇지 않다. 공동정범으로 되려면 2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i) 객관적 요건(쉽게 말해, 행위)으로 기능적 행위지배
(ii) 주관적 요건(쉽게 말해, 생각)으로 공동가공의 의사
이것을 모두 갖춰야만 공동정범이고,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공동정범이 아니다.
“기능적 행위지배”와 “공동가공의 의사” 하면, 용어가 매우 낯선데,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i) 기능적 행위지배란? 예를 들어 역할분담을 통해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즉, 그 범죄에서 핵심인물이어야 한다.
(ii) 공동가공의 의사란? 이번 판결은 공동가공의 의사 개념을 설명한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나. 신분범 법리
엄밀히 말해 신분범에는 진정신분범과 부진정신분범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복잡하지만, 일단 진정신분범만 논의하겠다.
신분범이란, 쉽게 말해 어떤 신분이 있어야만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이다. 대표적으로 뇌물수수죄.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저지를 수 있고, 민간인은 저지를 수 없다(뇌물수수하고 싶어도 뇌물수수할 수 없다!)
다. 공동정범과 신분
그렇다면, 공무원과 민간인 둘이서 모두 주도적으로 뇌물을 받으면 어떻게 되는가?
공무원은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점은 명백하다.
민간인은 어떤가? 아까 뇌물수수죄는 신분범이라서 민간인 혼자서 뇌물을 받더라도 뇌물수수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안에서도 처벌할 수 없다면 부당할 것이다. 그래서 형법은 이때는 민간인도 뇌물수수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는 근거를 두었다.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 ...
지금까지 본 것을 법률용어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공무원과 민간인 둘 다 뇌물수수에 관해 (i) 기능적 행위지배, (ii) 공동가공의 의사를 모두 갖춘 사안이라면, 모두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확히 이해했다면, 이번 판결 중 다음 부분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겠다.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공동정범과 신분에 관해서는 다음 사진들을 참고하라.



2-2. 고의를 이루는 요소: 인식과 의사
거칠게 말해, 고의범은 일부러 저지른 범죄이고, 그때 말하는 “일부러”가 바로 고의다.
그런데 고의가 있어야 처벌되고, 고의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무죄다(예외적으로 과실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는 있다). 따라서 어떤 사안에서 범인에게 고의가 있냐 없냐는 매우 중요하다. 고의를 이루는 요소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작업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의를 이루는 2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i) 제1요소 결과발생의 인식: “사람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
(ii) 제2요소 결과발생의 의사: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생각
역시 이것을 모두 갖춰야만 고의가 있고,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고의가 없다.
고의의 요소에 관해서는 다음 사진들을 참고하라.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본 법리들을 발전시킨 여러 해석을 하고 있고, 그 밖에도 다른 중요한 법리들도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입문 단계에서는 일단 지금까지 본 정도부터 먼저 숙지하면 충분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기존 자료에 보충하였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기업 대표 등의 뇌물 공여 등 사건]
◇1. 다른 사람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전문증거인 경우 그 증거능력의 범위,
2.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하 ‘비공무원’이라 한다)이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
3.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의 의미와 뇌물수수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뇌물에 대한 법률상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4.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1. 형사소송법은 제310조의2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2.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180 판결 등 참조). 공동가공의 의사는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대법원 2001. 11. 9. 선고 2001도4792 판결,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비공무원이 공무원과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를 기초로 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는 범죄를 실행하였다면 공무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으므로 공무원과 비공무원에게 형법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형법은 제130조에서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와는 별도로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한 때에 뇌물수수죄와 법정형이 동일한 제3자뇌물수수죄로 처벌하고 있다.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뇌물을 받는 제3자가 뇌물임을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성질상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은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제3자가 될 수 없고(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등 참조), 공무원과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공무원과 함께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제3자뇌물수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뇌물수수죄의 공범들 사이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공모 내용에 따라 공범 중 1인이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주고받은 때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고, 금품이나 이익의 규모나 정도 등에 대하여 사전에 서로 의사의 연락이 있거나 금품 등의 구체적 금액을 공범이 알아야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4도10199 판결 등 참조).
금품이나 이익 전부에 관하여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에 뇌물이 실제로 공동정범인 공무원 또는 비공무원 중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이미 성립한 뇌물수수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사전에 뇌물을 비공무원에게 귀속시키기로 모의하였거나 뇌물의 성질상 비공무원이 사용하거나 소비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 이후 뇌물의 처리에 관한 것에 불과하므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 데 영향이 없다.
형법 제133조 제1항,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는 ‘공무원에게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과 의사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하다. 공여자가 공무원의 요구에 따라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경우 공무원과 비공무원 사이의 관계가 형법 제129조 제1항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고 공여자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였다면 공여자에게 형법 제133조 제1항, 제129조 제1항에서 정한 뇌물공여죄의 고의가 인정된다.
3.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일체의 유형ㆍ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대법원 1979. 10. 10. 선고 78도1793 판결, 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3도13937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에서 말하는 ‘수수’란 받는 것, 즉 뇌물을 취득하는 것이고, 뇌물공여에서 말하는 ‘공여’란 뇌물을 취득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취득이란 뇌물에 대한 사실상의 처분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하고, 뇌물인 물건의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뇌물수수자가 법률상 소유권 취득의 요건을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뇌물로 제공된 물건에 대한 점유를 취득하고 뇌물공여자 또는 법률상 소유자로부터 반환을 요구받지 않는 관계에 이른 경우에는 그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되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등 참조).
뇌물수수자가 뇌물공여자에 대한 내부관계에서 물건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을 취득하였으나 뇌물수수 사실을 은닉하거나 뇌물공여자가 계속 그 물건에 대한 비용 등을 부담하기 위하여 소유권 이전의 형식적 요건을 유보하는 경우에는 뇌물수수자와 뇌물공여자 사이에서는 소유권을 이전받은 경우와 다르지 않으므로 그 물건을 뇌물로 수수하고 공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뇌물수수자가 교부받은 물건을 뇌물공여자에게 반환할 것이 아니므로 뇌물수수자에게 영득의 의사도 인정되고, 뇌물공여자가 교부한 물건을 뇌물수수자로부터 반환받을 것이 아니므로 뇌물공여자에게 고의도 인정된다.
4.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는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한다. 여기에서 뇌물이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매개로 제3자에게 교부되는 위법․부당한 이익을 말하고, 형법 제129조 뇌물죄와 마찬가지로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된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4도3424 판결,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4도4959 판결 등 참조).
‘부정한 청탁’이란 청탁이 위법ㆍ부당한 직무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청탁의 대상이 된 직무집행 그 자체는 위법․부당하지 않더라도 직무집행을 어떤 대가관계와 연결시켜 직무집행에 관한 대가의 교부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청탁의 대상인 직무행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도 없다.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 사이의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하면 충분하고, 이미 발생한 현안뿐만 아니라 장래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안도 위와 같은 정도로 특정되면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 부정한 청탁은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청탁의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의 내용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의사표시로 가능하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11도7503 판결,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659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등 참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하는지 또는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직무와 청탁의 내용, 공무원과 이익 제공자의 관계, 이익의 다과, 수수 경위와 시기 등의 여러 사정과 아울러 직무집행의 공정,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와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이라고 하는 뇌물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이익의 수수로 말미암아 사회 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등이 기준이 된다(대법원 2007. 1. 26. 선고 2004도1632 판결 등 참조).
☞ 1.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의 업무수첩과 진술 중 대통령이 개별 면담자와 단독 면담 후 단독 면담에서 있었던 대화 내용을 불러주었다는 부분은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있었던 대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로서는 전문증거에 해당하고,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면 위 업무수첩 등을 단독 면담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함.
2. 비공무원의 딸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한 뇌물이 비공무원에게 모두 귀속되었더라도 공무원인 대통령과 비공무원 사이에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법리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판단함.
3. 비공무원에게 제공한 3필의 말들에 관한 실질적인 사용․처분권한이 비공무원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으므로 말들 자체가 뇌물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말들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함.
4. 형법 제130조 제3자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청탁의 내용은 공무원의 직무와 특정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고,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한에 비추어 보면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공무원의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공무원의 직무와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있는지와 그와 관련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고, 부정한 청탁의 대상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하여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승계작업과 그에 대한 공무원의 인식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 부정한 청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