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emaru Kim

원진술자의 정당한 이유 없는 증언거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증언을 거부한 경우, 그의 진술이 기재된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검찰 진술조서란,

1. 검사가

2. 피의자 아닌 자(= 참고인)을 조사해서,

3. 그의 진술을

4. 기재한 서류다.


검찰 진술조서는,

1.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고,

2.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형사소송법 제310조의2(전문증거와 증거능력의 제한)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④검사...[가]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조서가 적법하게 작성될 것

2. A가 검사 앞에서 진술한 그대로 조서에 기재되어 있을 것(= 성립진정)

3. ① A의 공판정 증언 or ② 영상녹화CD로 위 2.가 증명될 것

4. 피고인 측이 공판정에서 A를 신문할 기회가 있을 것

5. 특신상태가 있을 것


만약 영상녹화CD가 없다면, 성립진정을 인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A의 공판정 증언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A가 사망하면 어떻게 되나? 그러면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영원히 증거로 쓸 수 없는가? 이런 경우를 대비해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두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제312조...의 경우에 ...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결국 A가 사망해서 공판정 증언이 불가능해도,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쓸 수 있게 된다.


복습하면,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1.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형사소송법 제310조의2).

2.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이 예외가 인정되려면, A의 공판정 증언이 있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

3. 다시 그 예외로, A가 공판정 진술을 할 수 없다면, A의 공판정 증언 없이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314조).

2018도13945전합: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예외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에 대하여 다시 그 요건마저 갖추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그 적용 범위를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만약 A가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 단순히 증언을 거부하는 경우라면?

1. 이런 경우는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2.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다.

3. 따라서 A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

4. 따라서 다른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은 무죄.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25조(무죄의 판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이처럼, A가 증언을 거부한다고 해서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런데 증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필요한가? 예를 들어, 증언을 하면 자신 또는 친족이 처벌될 상황이라면, 정당하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 누구든지 자기나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 관계있는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2.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

여기서 증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냐 없냐에 따라, 형사소송법 제314조 적용 여부가 달라지나? 상관 없다. 즉,

1. 증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다.

2. 증언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사안에서도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다.


1.은 예전부터 판례가 있었다.

2009도6788전합: 법정에 출석한 증인이 형사소송법 제148조, 제149조 등에서 정한 바에 따라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의 내용이 이번 판결이다.

2018도13945전합: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참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거부하여 피고인이 반대신문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도, ...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여 증언을 거부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왜 이렇게 보나? 증인에게 증언거부권이 있든 없든, 피고인 측이 공판정에서 증인을 신문할 기회가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2018도13945전합: 증인이 정당하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한 경우와 증언거부권의 정당한 행사가 아닌 경우를 비교하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증인의 증언거부권의 존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의 해당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피고인의 형사소송절차상 지위에 심각한 불안정을 초래한다.

그렇다면 A가 증언 거부를 하면 어떤 경우라도 형사소송법 제314조를 적용할 수 없는가? 그건 아니다.

2018도13945전합: 다만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적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경우까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면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증 형성은 법관의 면전에서 본래증거에 대한 반대신문이 보장된 증거조사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하여 예외를 정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취지에 반하고 정의의 관념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피고인이 증인에게 필로폰을 매도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증언을 거부했다.

3. 그렇다고 해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

4. 따라서 수사기관에서 그 증인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는 증거능력이 없다.

5. 결국 무죄.

6. 다만, 피고인이 그러한 증언거부 상황을 초래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다르게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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